인디언 학살이 생각나던 영화 [아바타]

PLAY 2009/12/25 10:34 Posted by 먹는 언니

무려 13,000원이나 주고 디지털3D로 봤던 영화 [아바타]. 보고 난 후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글을 쓸 수 없었는데 그냥 그 여러가지 생각을 털어놔보기로 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스포일러가 곳곳에서 튀어나올 수 있으니 감안해주세요.

1. 인디언 학살이 생각나던 영화


가장 많이 생각났던 것은 인디언 학살이었습니다. 지구인들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땅을 차지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차지한 땅은 삶의 터전으로가 아니라 그저 파헤치는 용도로 사용되겠죠. 하지만 영화에서 외계인으로 등장하는 나비족들은 고유의 풍습과 신앙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레이스 박사팀은 그를 있는 그래로 살리면서 최대한 그들과 어우러지고 싶어하여 나비족과 같은 모습의 아바타로 링크하여 접촉을 시도하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나 성질급한 군대는 '간단하게 밀어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마일즈 쿼리치 대령이 커피를 마시면서 작전명령을 내리는 모습이나 빨리 끝내고 회식을 하자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간단한 걸 왜 그러냐. 쓸데없는 짓이다.'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요한 것만 쏙 빼먹고 내팽개쳐두는 쪽과 자연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쪽이 크게 대립되어 나타났습니다. 인디언 학살에 대해 정확한 역사적 사건들은 잘 모르지만 그들은 잔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인디언들 고유의 삶을 박살내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했던 사실을요.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은 과연 미개인일까요?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승리(?)를 이끌었다


마일즈 쿼리치 대령과 그레이스 박사로 대립되는 상황에서 제이크 설리라는 하반신 마비의 전직해군이 등장합니다. 그는 군인출신이기도 하면서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됩니다. 즉 대령과 박사 중간에 위치하게 된 것이죠.

그는 아바타를 통해서 자유로워진 육체에 일단 감탄을 합니다. 그리고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나게되고 고군분투하여 그들의 동료로 인정받게 됩니다. 


물론 전쟁에 있어 양쪽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들에겐 중요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다른 종족들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신을 감동시키는 일도 그가 해냈다는 것이 좀 걸립니다. 게다가 그는 전사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참인데 원래의 나비족의 전사들은 그보다 못한 존재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그가 해군출신이긴하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그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좀 억지스럽죠. 물론 제이크 설리가 투르크 막토과 교감에 성공한 것이 큰 상징이긴 하겠으나 나비족도 아니고 신참인 그가 투르크 막토와의 교감에 성공한 것 자체가 의문입니다.

나비족들은 투르크 막토와 교감하는 것 자체가 큰 한계로 느껴져서 감히 시도를 못했던 걸까요?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이 아니면 오고갈 곳 없는 신세이기에 더 절실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건 아직 제 안에서 소화가 되지 못한 문제입니다.


3.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크게 인디언 학살과 제이크 설리의 활약에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하나는 제이크 설리는 꼭 환경문제때문에 들고 일어섰다고는 생각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실제 생활에서는 바보라고 놀림받고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죠. 하지만 아바타가 되는 순간 그는 전사입니다. 그리고 사랑도 얻었지요. 이런 삶을 포기하고 싶을까요? 나비족을 몰아내고 승리자가 되는 쪽과 나비족의 전사가 되어 사는 쪽, 어느 쪽이 제이크 설리에게 유리할까요?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으로 남길 원했고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지구인과 싸워 이겨야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는 어디에서든 존재할 수 없게됩니다. 목숨을 걸고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다행히 그가 선택한 것이 나비족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가 나비족의 습성들을 더 옹호한 것은 맞습니다. 그들이 폭력적이었다면 나비족으로 돌아서는데 갈등이 있었겠지요.

4. 전쟁이 아닌 화합으로


마지막으로 생각난 건 지구인들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언젠간 또 오겠죠. 지구인에게도 그것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전쟁을 의미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레이스 박사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의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판도라행성은 물론 다른 행성들도 차례로 파괴하면서 결국엔 자폭하게 될 것입니다.

나비족들도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전 우주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적으로 모색해나가야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평화적으로 화합이 된다고 해도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없으니까요. 그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글을 쓰다보니 실제로 판도라 행성에 나비족이 살고 있다는 착각을 계속하게 되네요. 저도 제가 진짜인지 그들의 삶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또 다른 아바타인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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