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외가집은 왜 그리 재미있었을까?

LIFE 2008/07/16 14:09 Posted by 먹는 언니

외가집은 깡촌이었다. 기억으로는 80년 후반까지도 5일장이 서는 그런 곳이었다. 어렸을 때 외가집에 한번 가려면 차로 먼지 풀풀 나는 꼬불길을 한참 꼬불꼬불 들어가곤 했다.

마을에는 가게 역할을 하는 집이 하나 있었다. 정말 가게가 아니라 그저 몇 가지 물건을 두고 파는 그야말로 가게 역할을 하는 집이었다. 막걸리와 정말 필요한 생필품 몇가지만 팔았던 것 같다.

그런 마을에 있던 외가집에선 자두 과수원을 했었다. 그 뿐인가? 많지는 않았지만 포도도 있었고 배나무도 있었고 감나무도 있었다.

엄마는 딸 넷 중 막내였다. 터울 많은 남동생이 있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땐 외삼촌도 아직 학생이었다. 엄마 위의 이모들이 많았던 탓에 친척 오빠, 언니들이 많았는데 그들과 몰려다니며 자두 과수원에서 일종의 '전쟁놀이'를 했다. 말이 전쟁놀이지 두 팀으로 나눠 '팀숨박꼭질'을 했던 것 같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찾아가는 외가집가는 길에 보였던 사과 과수원. 길거리에서 갓 수확한 사과를 팔고 있었다. 날씨도 무척 좋았고 사과도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는 5천원어치 구입해서 쓱쓱 닦아 와삭 베어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아름다운 한국의 과수원을 뒤로하고 우리는 달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외가집은 폐허가 되었지만 외할아버지의 터울 많던 남동생, 즉 작은 할아버지는 아직 그 곳에 살고 계셨다. 작은 할아버지는 이제 70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농사를 짓고 계셨다.

포도밭을 가꿔 대부분은 밭뙤기로 팔아버리고 두어 두렁의 포도는 자식들에게 나눠주려 남겨뒀다하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포도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울 아빠님은 그야말로 '환장'하게 좋아하시는지라 작은 할아버지는 우리 주시려고 열심히 포도 따고 계시는데 아빠님은 계속 홀랑홀랑 까먹고 계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작은 할아버지는 우리 먹으라고 한 박스, 둘째 셋째 이모네 먹으라고 각각 1박스씩 총 3박스를 챙겨주셨다. 차 트렁크에 싣고보니 달콤한 뿌듯함을...울 아빠님은 느끼셨으리....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하지만 내 어린 시절 추억이 잔뜩 담겨있는 외가집에 가보기로 했다. 작은 할아버지 댁과 무척 가까웠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정말 폐허가 되어있었다. 내가 뭘 자꾸 빠뜨렸던 우물도, 그 옆 물장구 치고 놀던 돌 수조도, 힘껏 펌프질 했던 펌프도 모두 모두 말라죽어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이 사는 곳도 망가지긴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곳 역시 서서히 망가짐을 알 수 있었다. 왼쪽 작은 방엔 증조외할머니가 계셨던 곳이고 오른쪽 안방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사셨다. 여름방학에 놀러가면 아이들은 마루에 커다란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서 뒹굴며 놀다가 잠이 들곤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온 외삼촌이 친구와 수영하던 저수지. 외삼촌이 수영을 하고 나오면 거머리 두어마리가 등짝에 붙어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나 역시 물장구 치고 나오다 발목에 시커멓게 붙어있던 거머리를 떼어내지 못해 울상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정말 끔찍하게도 무서웠고 징그러웠다. 잡아 먹힐 것만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벌써 외가집이 있던 마을을 다녀온지 2여년이 흘렀다. 갑자기 센티해지면서 그 날이 떠올라 기억을 더듬거리며 옛 사진첩을 뒤지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 사업이 망해 4살 아래의 남동생과 나를 외가집에 맡겨두고 서울로 올라가시기 전 엄마는, 마침 장이 섰던 오래 전 그 날 300원짜리 수박과 하얀 토끼 한마리를 손에 안겨주셨더랬다.

그저 놀기 바빴던 우리는 토끼에게 줄 풀을 뜯으러 다녔고 아무렇지도 않게 과수원에 들어가 자두를 실컷 따먹었으며 신나게 물장난을 치다가 잠이 들곤 했다. 지금 그 평화로웠던 밤이 스쳐지나간다.


- 먹는 언니는 돌코리아 블로그마케팅에 참여합니다.







TAG

TRACKBACK :: http://www.foodsister.net/trackback/112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agzak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가 서울태생이라, 저에게 외가집은 외할머니의 친정이었어요~
    어렸을때 소양 외가집에서 따먹었던 밤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지요!

    2008/07/16 17:42
    • BlogIcon 먹는 언니  수정/삭제

      난 남의 과수원에서 서리해먹었던 사과 한 알. 훔쳐먹은 사과가 더 맛있다? ㅇㅅㅇ

      2008/07/16 19:00

맛있고 좋은 거 먹고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은 그렇다쳐도 쇼핑몰을 운영하게 되면서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남이 먹는 음식들은 절대로 내 주둥이(?)에 밀어넣는 음식같은 걸로 대접을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국내산, 자연산 제품을 뒤지..

[완료] 카푸치노 체험세트 2분께만 할인판매합니다

내 친구 착각의늪방콕녀는 본인이 카푸치노를 좋아한다며 꼭 우리 쇼핑몰 [걱정하지말아요]에서 팔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었답니다. 근데 본인만 좋아하는건지 카푸치노가 잘 안 팔리네요. 사실 뒤져보시면 알겠지만 울 쇼핑몰에서 파는 카..

전라도 신안에서 직접 만든 갯벌 지주식 돌김 공구합니다

안녕하세요. 먹는 언니입니다. 이 글은 제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들에게만 공개가 되는 글입니다. 구독자분들에겐 조금이라도 더 싸게 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이벤트 비슷한 걸 준비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쇼핑몰을 하나 연 것은 아시나..

부산 환공어묵 공구하실 분, 손 번쩍!!!

부산 환공어묵 아시나요? 사실 저도 몰랐습니다. -.-; 작년 가을. 여자 넷이 부산으로 여행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15개국을 '그지여행'으로 여행한 경험이 있는 중고나라소심녀는 지역특산물을 굉장히 중요시하기에 부산 내려갈..

◀ Prev 1  ... 835 836 837 838 839 840 841 842 843  ... 1899  Next ▶
<먹는 언니의 동영상>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899)
FOOD (1292)
PLAY (115)
쇼핑몰이야기 (9)
글쓰기 (0)
책/공부 (127)
디지털유목민 (23)
WEB (153)
LIFE (136)
PROJECT (43)
BLOG main image
먹는 언니의 foodplay
이동식푸드, 시간단축푸드, 귀차니스트 여행, 싱글녀 라이프, 디지털유목민
by 먹는 언니

블로그를 이메일로 구독하세요



Delivered by FeedBurner


야후 블로그 벳지
Powered by  MyPagerank.Net
  • 2,469,775
  • 6211,006
올블로그 어워드 5th 엠블럼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일상/생활부문후보 엠블럼

먹는 언니의 foodplay

먹는 언니'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먹는 언니 [ http://www.foodsister.net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